왜 영어는 해도해도 제자리냐, 진부한 질문이고 거의 뭐 전국시대 제자백가 수준으로 다양한 이유 분석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나도 나름 내 생각을 적어보련다
우리는 언어 없이 사회적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존재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에 들 때까지
친구랑 수다를 떨 때나 맛집을 검색할 때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나 샴푸병 뒤의 성분표를 읽을 때나 티비를 볼 때나
그게 글자를 통해서건 아니면 음성을 통해서건 우리 일상의 모든 방면에 언어가 있다
영어도 언어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그동안 한국어로 영위하던 일상을 뚝 때주진 않더라도 내 일상의 여러 장면들 속으로 새로운 언어가 비집고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일이여야한다고 나는 믿는다
한마디로 영어를 배우는데 일상 속에서 영어가 안 쓰이니깐 영어가 늘기 어려운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영어를 쓴다는게 꼭 뭐 내가 영어로 대화를 하는게 아니더라도 영어로 노래를 듣든 신문을 보든 궁금한거 검색을 하든 영어로 된 트와이스 신곡 뮤비 유튜브 댓글을 읽든 인스타 구경을 하든 뭐를 하든 해야지 안 써먹을거면 사실 외국어를 굳이 왜 배우나 바둑이나 스도쿠 같은 두뇌단련용인가 아니면 그저 낯선 언어가 어떻게 생겨먹었나 구경하는 우아한 지적유희인가
어느 정도 영어실력이 갖추어졌으면 영어를 조금씩이라도 내 일상 속에서 사용해야 당연히 영어가 는다고 생각을 한다
그게 아니고 미래의 어느 날 외국인이 길을 물어올 때 멋있게 대답해주기 위해서, 따위의 이유로 영어를 공부한다면, 혹은 단순히 시험의 점수를 올리기 위해 공부할 뿐이라면, 그래서 영어를 '공부하는' 시간 외에 내 일상속에 영어가 전혀 스며들어있지 않다면, 영어가 내 일상에서 어떤 쓰임도 역할도 없다면
글쎄다
그렇게 하는데도 영어가 느는 사람들이 머리좋고 대단한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영어를 이래저래 쓰고있었던지
영어가 아니라 어떤 언어라도 마찬가지
그 언어로 서로 말을 나눌 상대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쓸데 없는 짓이라 생각되는 것들이라도 외국어로 하면서 써먹어야 내 뇌 속에서 그 언어가 엉덩이 붙일 자리가 나지않을까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영미권 문화에 별로 관심도 없고 영어로 된 컨텐츠에 큰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생활에 영어가 필요한 상황도 아닌데도,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너무나 많다는 뜻도 되겠다
하도 여기저기서 영어 시험 성적을 요구한다던지 아니면 영어 좀 한다싶으면 치켜세워주고 영어 잘하면 멋있고 유식한 사람 대접하는 사회분위기(동시에 영어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무식한 사람 취급을 하는) 때문이라던지
후자의 경우는 아마 본인이 영어 잘하고 싶으면서도 왜 영어를 잘하고 싶은지 그 이유조차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영어와 영어구사자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는 거겠지 대부분 의식도 못한 채
근데 영어가 늘 리가 있나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영어의 특정한 쓸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라는 그 자체에 있는데
한마디로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영어를 배우는 건데
한국인에게 영어가 만만한 언어도 아니고 그런 설익은 동기로는
어지간히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가 아니고선 쉽지 않을 것이다
팝보단 가요가 취향이고 할리우드 영화 미드 영미소설 등 다 그저그렇고 영어권 사람들의 문화가 그닥 흥미롭게 다가오지도 않지만
업무상 영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한눈에 반한 짝사랑이 알고보니 외국인 뭐 이런 것도 아니고
그런 이유들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냥 그냥 그냥 영어가 막연히 잘하고 싶다면, 근데 영어가 잘 안는다면, 영어를 굳이 배워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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