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인종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래왔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인종주의에 대한 인식이 많이 올라왔다고 느낀다,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상하게 퍼지고 있는 병이 있다
바로 커뮤식 인종감수성 증후군인데
이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식 감성(즉 혐오와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으로 인종문제에 대해서 접근한다
빌리 아일리시의 일명 '동양인 비하 영상 논란' 건에 대한 일부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에서 이 증후군의 증상들이 잘 나타난다
이 '논란'의 전말은 이렇다
빌리 아일리시는 평소에 소수자들의 권익향상과 평등사회 실현에 목소리를 높이는 대표적인 미국 가수이다
그런 그가 동양인 비하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의혹이 제기된 것은 두 영상 때문인데, 하나는 그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chink라는 아시아인 비하 단어를 쓰는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말을 하는 영상인데 그 말투가 아시아인의 영어 발음을 흉내내고 비웃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그는 해명글을 올렸다
첫번째로 chink라는 단어를 쓴 것은 그가 만으로 13,14세 정도 일때 촬영된 영상인데, 그는 당시에 그 단어가 포함된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는데 그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말하길 자신이 그런 단어를 썼다는 것이 창피하고 끔찍하며 자신이 모르고 썼던 나이가 어쨌던 상관없이 그 단어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이며 죄송하다고 했다
두번째로 자신은 원래 옛날부터 반려동물이나 친구 또는 가족에게 종종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말을 걸면서 장난치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리고 아시아인 조롱이라고 제기된 그 영상은 평소처럼 장난을 친 것일뿐이며 단언컨데 눈꼽만큼도 특정한 문화권이나 사람들의 말투를 일부러 흉내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인정할 것은 깔끔히 인정하며 사과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논란에 대한 모범적인 대처 아닌가?
그런데 사과문에도 더 비판이 커진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에 따르면 (커뮤식 인종 감수성 증후군에 걸린 일부 한국) 네티즌들은 "뭐만 하면 의도가 없었다고 하냐", "맨날 그럴 의도 없었다면서 하는 행동은 매번 아시안 비하임", "도대체 뭐가 사과문인지 모르겠다", "어디에도 사과한다는 말이 없지 않냐" 등의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기자가 그런 반응들을 지어내서 기사를 쓴 것일까?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샘 오취리 사건 때도 그렇고 최근 들어서 정말 전형적인 커뮤식 감성으로 해외의 아시안 차별에 대해 분개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빌리 아일리시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뜨는 가장 위 블로그를 클릭해보니 전형적인 커인감증후군 환자였다
그 블로거는 빌리 아일리시를 "역겹고 쌍스럽다"고 평가하며 빌리 아일리시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에는 활발하게 참여했으면서 아시아인들만 인종차별을 한다고, 흑인 비하에는 민감하면서 아시아인 비하에는 침묵을 지키는 서구 사람들이 역겹다고 비판한다
커인감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이들은 '흑인은 신경쓰면서 아시아인은 차별하는 서구'의 프레임으로 해외에서 일어나는 인종문제들을 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아시아인 차별 의혹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발동동 구르면서 분개하며, 은근히 혹은 대놓고 흑인들을 비하하면서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마치 성별로 싸우는 커뮤들에서 한남이니 한녀니 하듯이. 정치문제로 비꼬길 좋아하는 커뮤들에서 대깨문이니 토착왜구니 하듯이.
본인이 동양인의 인종차별 문제에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과대반응하고 어떻게 해서든 동양인을 '서구에서 가장 천대받는 존재'로 끌어내리지 못해서 안달이다
미국에서 아시안은 흑인 다음 서열이라느니 (이런 문장구조 자체가 경악스럽다) 흑인'보다도' 못한 취급 받는 다는걸 아냐느니 그런 소리가 어느 순간 여기저기에 퍼져있다
이것 역시 익숙하게 들리지 않는가?
한국에서 여자로 살기란 지옥이라며 한녀 살려를 외치는 이들, 한국에서 20대 남자로 태어나서 역차별 당한다는 이들
전형적인 커뮤 감성 특유의 피해의식 냄새가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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