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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설

칭다오 맥주

 

어머니께서 기분이 좋으셔서 편의점에서 작은 맥주 한캔을 사오신 적이 있다

그러나 어머니는 캔의 겉면에 Non Alcoholic 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지 못하셨다

맥주캔을 요리조리 살펴보아도 그 맥주가 무알콜맥주임을 나타내는 한국어 표기는 제품설명표에 세로로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것이 전부였다

소비자기만이라며 화를 내는 나에게 어머니는 민망해하시며 엄마도 그 정도는 읽을 줄 아는데 미처 못봤다고 되뇌셨다

그러니깐 어머니는 상품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똑바로 표기하지 않은 맥주회사에 화가 나시기보다는 영어 글씨를 못 읽고 지나친 것에 대한 민망함이 더 크셨던 것이다

 

우리 어머니도 나름 대학까지 나오신 분이다

한글로 표기가 되어있지 않아서, 또는 한글로 표기가 되어있더라도 영어단어를 그대로 음차한 불친절한 표기에 크고작은 곤란함을 겪는 사람이 과연 우리 어머니 뿐일까

영어에 익숙한 자들은 익숙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고,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자들은 그런 본인의 모습에 민망해하고

그리하여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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