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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설

싼마오 - 흐느끼는 낙타

책장에 꽂혀있던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싼마오라는 대만 작가의 산문집 <흐느끼는 낙타>
대만인 싼마오가 스페인 남자 호세와 결혼해 함께 서사하라에서 살면서 겪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여행산문집 정도로 기억이 났다
가볍게 읽기엔 여행 산문만한게 없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꺼내들어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잠깐 읽으려고 꺼내든 책이었으나 싼마오의 유려한 필력에 홀린듯이 앉은 자리에서 마구마구 읽어나갔다
70년대에 스페인 식민지였던 서사하라에서 스페인 시민으로서 지내며 아름다운 사막과 사막의 사람들과 사랑에 빠진 그의 이야기
그러나 내가 기억하던 것과는 달리 마냥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들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여러 이야기들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흐느끼는 낙타(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라는 글은 식민주의 문학으로서 읽히기에 충분하다
스페인의 제국주의가 무너져내리고, (당시 인구 7만에 불과한)사하라위 사람들은 자주독립을 원하고, 모로코는 그런 상황을 입맛을 다시며 바라보고, 그러한 격변의 시대를 현장에서 겪으며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본의 식민주의를 겪었던 우리가 잘 알고있듯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는 결코 서구 백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피해자였던 이가 침략자로 순식간에 둔갑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점령 역사에서도 드러나는 일이다
서사하라는 지금도 모로코가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있으며 UN에서 공식국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파시리, 샤이다와 오피뤼아의 이야기는 실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징적이고 비극적이다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 그의 시선이 완전히 깨어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와 이해관계를 넘어 본질적인 것을 바라볼 줄 아는 그의 성품과 통찰이 놀랍다
식민주의는 이 책에서 고발하는 인간사의 유일한 죄악이 아니다
인류의 추악한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하여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이고 이 세상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싼마오는 자신의 경험들을, 즐거운 경험부터 절망적인 경험까지, 성실하게 우리에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