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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설

불어로 마니교가 뭐게

이용만 당한 마니교 이미지

프랑스어로 manichéisme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원래는 옛날 페르시아에서 유행했던 종교인 마니교를 가르키는 단어이지만 마니교의 교리가 이원론적인 성격이 있어서인지 이분법적인 논리 또는 흑백논리를 뜻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마니교랑은 사실 전혀 상관이 없고 ㅋㅋㅋㅋㅋㅋ 흑백논리에 관한 얘기가 하고 싶었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서 설명하는건 거의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그런 사고방식이 편하기도 하고 효율적이기도 하고
근데 그만큼 오류도 잦다
내가 특히 싫은 것은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재단하고 사상검열하고 그런거 너무싫음

친구가 해준 얘긴데 자기가 옛날 예능 영상을 보고 거기 나오는 여자 연예인 성격이 마음에 안들어서 악플을 달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글쎄 이런 대댓글이 달렸단다
<쿵쾅언냐 거울 좀 보고 살이나 빼라구>
그러니깐 예쁜 여자 연예인이었던 거지
예쁜 여자보고 악플을 단다는 건 곧 같은 여자를 질투하는 못생긴 여자라는 기적의 이분법 논리인거지
악플을 달아서 그 업보로 답답함 어택을 당한 것일까라고 치기에는 나도 이런거 많이 당해봤다

조선족 혐오를 비판했다가 시진핑 개새끼 할 수 있으면 해봐~ 라는 비아냥을 듣는다던지 (조선족 혐오를 비판한다->중국인을 쉴드친다->중국공산당에 우호적이다??)
뭐 많지 뭐
82년생 김지영 영화보고 인스타에 감상 남겼다가 페미니스트냐 해명하라 사상 검증 당해서 해명 영상찍는 니갸르라던지

내가 싫은건 이분법적인 사고 자체 보다도 이분법 논리에 내 스탠스가 상대 멋대로 결정되고 굳이 거기서 아님을 증명해야되는 그런게 좆같은 거다
존나 검열당하는 기분이고 곡선은 허용되지 않고 직선만 허용되는 그런 좆같음이랄까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님을 구차하게 설명해야하는 좆같음
나는 내 멋대로 구불구불 흐르고 싶은 강인데 딱딱 정해진 각도에 맞추어서 흐르지 않으면 의심받고 그런거 좆같음
가장 좆같은건 그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내가 스스로 검열하게 되는, 그냥 딱딱 정해진 각도로 흐를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리얼돌에 관한 기사가 막 쏟아져 나올 때
솔직히 리얼돌이 대체 왜?? 뭐가 문제인지???? 도대체 왜 여성인권을 저해하는지?? 너무 이해가 안가면서도 동시에
여성단체에서 반대를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는 여자 리얼돌에 관심 1도 없는 게이인데 내가 굳이 리얼돌 사용자들을 옹호해야하나? 막 머리속에선 페미니스트 친구가 나한테 정떨어져하는 표정까지 상상이 되고? 그런거다
실제로 나보고 뭐라고 한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학습된거다
다른 사람들 눈살 찌푸려지지않게끔, 오해사지 않게끔, 괜히 애매한 스탠스로 서있지않고
설령 누군가 내 사상의 불온함을 의심하더라도 그런 의심은 당연한 것이며 내가 변명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될 거같은

너무 폭력적이다
난 그냥 내 가락대로 흐를래
내가 원색이 아닌 파스텔톤을 내비쳐서 누군가 나에게 와서 너 빨강이었니? 실망이야 너 파랑이었니? 대답 똑바로해 이런 소리를 듣더라도 알바야
세상에 많고 많은 색채 중에서 원색만을 고집하는 당신이 유난 떠는 거야
근데 그거 알아? 원색이란 개념 자체도 결국 상대적이라는거
초록색도 서구화 산업화 된 현대 한국에선 원색 취급 당하지만 예전에는 하늘이나 나뭇잎이나 똑같은 파란 색이었어
검정 하양 빨강을 제외한 모든 색채어들은 문화에 따라 시대에 따라 구분법이 상이하다는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거든

내 입을 틀어막는 자들
그러니깐 - 너 이 이슈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그렇게 말해?
이 지랄 떠는 자들
앞으로 상관 않겠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와 최순실 사태를 비교하는 사람들에게 근데 경우가 다르지 않나 라는 소리를 했다가
대깨문이라며 조리돌림 당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을 나에게 들이밀면서 이게 잘한 정책이냐고 답변해보라던 그들
아니 시발 나는 정치는 잘 모르고 조국 최순실이 경우가 다른거 같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했더니 정치 알지도 못하면서 왜 끼어드냐고 대깨문 맞으면서 괜히 논리 털리니깐 발뺌하지말라고
내가 가장 싫은게 이런거다
존나 경직된 자들
그리고 자신들만큼 경직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피아를 따지는 이분법 중독자들
신물나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서 나도 모르게 이상한게 학습이 되어서
내가 내 자신을 검열하게 되는 그게 가장 좆 같아

우리 모두
빅맥 먹는 공산주의자가
여혐 하는 페미니스트가
바쁘게 사는 게으름쟁이가
플라스틱 쓰는 툰베리가
되자

모순적이라고?
전혀!

게이들이 예쁜 여자 좋아하는 것도 너에겐 모순적이겠지!

나는 너가 제멋대로 정해놓은 엉터리 이분법 따위에 내 몸을 끼워 맞출 생각은 없어